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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병원 같이 가주는 고양이

 

내가 뭘 잘못 했나 

내 몸이 무겁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

움직이기 싫고 입맛도 없어

 

 

우리 마루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야옹하며 운다

걱정해 주는 거야? 밥 달라고 우는 거야?

당연히 참치 달라고 우는 거지

내가 널 모르니

 

 

오늘 두 끼를 건사료만 먹었으니

마루 입장에서는 많이 참아 준거다 

그래, 내 새끼 맛있는 거 줘야지

힘들어도 일어나 밥 주려고 하는데

 

우리 마루가 옷 입고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한다

괜찮아, 그냥 약 먹고 자면 괜찮아 질 거야

 

빨리 옷 입고 나와 이 미련 곰탱이 집사야

나를 키워야지 누가 병을 키우래

 

마루를 보니 장난이 아닌 거다

병원 안 가면 갈 때까지 집이 떠나가라 울 거다

한 번 마음먹으면 절대 굽히지 않는 저 고집불통 똥고양이 

(평상시에 밥 잘 챙겨먹고 운동도 하고 면역력을 높여야지

이 바부탱이 똥집사야)     

 

 

택시도 잡아주고 병원 가서 접수도 해주고

진료실까지 들어와 의사선생님이 하는 말도 열심히 듣고

간호사님이 주사 놓는 것도 지켜본다

 

불주사랑 왕주사랑 아주 아프게 놔주세요

아빠 엉덩이 보니까 좋아? 예쁘게 생겼지?

됐어, 누구 맘대로 아프라고 했어

발톱 세워 궁디팡팡 해줄까

 

 

그래도 병원 가서 주사 맞으니 좀 괜찮네  

우리 마루가 죽도 사오고 호호 불어서 내 입에 다 넣어주고

물에 적신 수건 내 이마에도 올려주고

약 먹으라고 물도 떠다주고

 

그렇게 오랜만에 내 옆에 누워 나를 재워준다

저 하얀 앞발로 가슴을 토닥토닥 해주면 

난 포근한 배털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다   

 

 

가끔씩 아파야 겠다

우리 마루한테 잔소리도 듣고

간호도 받고 

 

그래, 

아주 가끔은

 

이렇게 아파도 될 거 같다

 

 

집사야, 새벽에 동해 가서 잡아왔다. 이 놈 먹고 힘내라.

네가 안 아파야 내 묘생이 편하지. 안 그래? 

 

집사, 간호하기 힘드네. 그러니까 평소에 잘 먹으라옹~

 

 

정말 피곤했군요. 우리 마루님 집사 간호도 하고

오랜만에 바다에 나가 사냥도 하고

 

 

 

따랑한다, 내 새끼,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

 

ㅋㅋ. 글은 예전에 생각한 걸 고쳐 올린 것이고 사진은 연출을 위해 상황에 맡게 올린 겁니다. 마루는 지금 누나집에 있습니다. 제가 아직 치료가 남아서요. 누나도 집사인데 마루가 좋아하는 참치를 잘 주지 않습니다. 간식도 잘 안 주고요 

"살 찌면 안 좋아~ 걱정하지만 좋은 사료 먹이니까. 너나 잘 해."

 

빨리 치료가 끝나고 우리 아가 데려오고 싶습니다. 이웃님들도 모두 건강 잘 챙기세요~~ 마루 사진 또 올리겠습니다. 제가 좀 느려요~~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