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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집냥이의 발톱을 우습게 보지 마라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지?

 

주는 밥 얌전히 먹고 아침마다 애교로 깨워주니까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해서 살이 찌니까

만만하고 우습게 보이지?

 

집사야 나 발톱 있어 그리고 내 발톱에도 한이라는 게 있어

강제로 교배를 해야 했고 젖먹이들 데려가는 거 보면서 울기만 했어

  

결국 아프니까 다른 고양이들처럼 길에다 버리더라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젠장, 유기를 할 거면 따뜻한 봄에나 할 것이지

한 두 달만 기다려주면 고마운 척이라도 할 건데  

오히려 고맙네, 끝까지 미워할 수 있게 해 줘서

 

다행히 구조해주신 분을 만나 치료 다 받았지

고양이 카페에 내 사진이 올라가서 너를 만났고

그렇게 계약서 쓰고 가정방문도 하고 

집냥이로 살아가면서 많이 무뎌졌지만

그래도, 

 

아. 무. 때. 나. 함. 부.로.

 

내 몸을 만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밥 준다고 해서, 병원 데려다준다고 해서

언제나 내 몸을 만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너니까 참는 거야

간식 줘서 참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제대로 울게 

지금 이 울음소리 기억하고 또 기억해줘  

내 눈, 코, 입, 귀에 미세하게 움직이는 근육까지 다 기억해달라고

 

착각하지 마

나 고양이야

사냥꾼의 피가 흐르고 본능이 살아있어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무서워할까 봐 나를 보고 멈칫할까 봐  

 

내 몸에 비누칠을 해도 참는 거야

병원 가서 주사를 맞아도 참고

강제로 약 먹여도 참는 거라고

 

너니까

  

언제부턴가 이상해 졌어 

 

내가 너를 할퀴면 내가 더 아파 

 

 

 

 

                                                  우리 마루 님 얼굴 엄청 작은데. ㅠㅠ 

 

둘째 누나가 고양이 빗을 사줬는데 마루 님이 좋아합니다. 마루 님이 좋아하니 저도 좋습니다.   

정말 발톱 자르는 거랑 약 먹이는 거랑 양치하는 건 무서워요~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많이 봐주고 계십니다. ㅋㅋ

 

마루는 유기묘입니다. 구조 당시에 나이가 대략 4~5살이었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페르시안 수컷 고양이가 중성화 시기가 지나도록 수술을 안 했다는 것은 일반 가정에서 불법으로 새끼들을

분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 마리당 40~50만 원 거래)

대부분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분들은 알맞은 시기에 꼭 중성화를 합니다.

구조할 때 계절은 추운 겨울이었고 처음부터 왼쪽 눈이 없었다고 합니다.

귀에는 진드기가 있었고 허피스 증상도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아무거나 먹었을 것이고

그래서 설사와 구토도 했다고 합니다. 털은 여러 오물로 더러워졌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났다고 합니다.

음~글이 길어지고 있군요. 결론은 구조하신 분의 도움으로 마루를 만나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지극히 저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고양이는 아픈 티를 잘 내지 않아서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비가 계속 옵니다. 부디 모든 분들이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이미 피해가 있으신 분들은

그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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