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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마루큘라의 습격(집사의 탄생과 기도)

 

고양이한테 목덜미를 물렸어

 

이제 난 긴 어둠 속에서 내 살점을 뜯기며 살아야 해

아, 가여운 나의 운명이여, 저 이빨이 그리 무서워 겁을 먹고 있구나   

 

매일 달과 별의 감시 속에서 골목을 찾아다니겠지   

바람에 묶여서 달아날 수 없고 설사 달아난다고 해도

내일의 태양은 내 그림자를 더 뚜렷이 해 그 누구도 나를

숨겨주지 못할 것이다

 

아, 어리석은 나의 마음이여 더 이상 입을 열지 마라 

폭염 속에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니  

한파 속에 내 잠자리는 한 줄기의 햇살도 허락받지 못할 것이니 

두 다리가 부어 발이 터지고, 그렇게 남긴 핏자국으로 내 노역을

증명할 것이니

 

내 불멸은 이 형벌과 같이 끝이 없을 것이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내 허락도 없이

이 무자비한 발톱 앞에 나를 세우게 하셨나이까

 

이제 내 두 눈이 나를 깨우고 세상을 깨우고   

내 두 귀는 아주 작은 울음소리까지 낚아챕니다   

 

아, 거부할 수 없도다 

그대들이 지어 준 그 이름을

아, 외면할 수 없도다

저 깊고 맑은 눈동자와 작은 몸짓을  

 

그렇게 내 시간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흐르겠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작은 울림조차 일으킬 수 없으니 

탈출은 더 없을 것이며 서서히 익숙해져 난 이 감옥에 갇힌 사실을

망각할 것이다. 내가 바라니, 원하니, 내 손으로 직접 문을 열어 줄 것이니

어서 이 고통을 꾸짖어 달콤함으로 바꿔 참된 기쁨을 알게 하소서  

 

저 그루밍에 내 불경한 육체가 씻기고

저 식빵에 내 가족과 이웃들이 따뜻해지니

그래, 운명이여, 숙명이여, 현실이여 

 

이제야 난 내 진짜 이름을 찾았고 그렇게 불릴 것이다  

 

기뻐하라 내 미래여 

반성하라 내 과거여

움직여라 내 현재여

     

오, 신이시여 잔인하고 장난기 가득한 신이시여

 

이 고양이 털로 내 작은 영혼을 감싸 안식을 얻었으니

부디 외면하지 마시고 이 혜택을 거두지 않기를 청하옵니다    

 

마르지 않는 황금을 내 두 손에 올려 주시고 

내 손으로 선악과를 만질 때마다 황금열매가 열리게 하소서

그 황금을 참치로 바꿔 더 많은 배를 채우게 할 테니

 

그 어떤 비바람도, 기약 없는 가뭄에도

당신의 말씀으로 되돌아가게 하소서

꺾이게 할 수 없음을 만 천하에 널리 알리게 하소서

 

이제, 내 어둠을 받아들여 두 눈이 멀어도 찾아갈 수 있으니  

한 방울의 눈물자국도 저 하늘에 남기지 않을 것이니

 

 

야옹, 야옹, 야옹

아가야, 숨지 말고 어서 나와라

네 어미와 같은 젖은 아니지만 충분히 따뜻할 것이니

내 비린 피와 살로 너의 배를 채우거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나의,

 

천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