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목덜미를 물렸어
이제 난 긴 어둠 속에서 내 살점을 뜯기며 살아야 해
아, 가여운 나의 운명이여, 저 이빨이 그리 무서워 겁을 먹고 있구나
매일 달과 별의 감시 속에서 골목을 찾아다니겠지
바람에 묶여서 달아날 수 없고 설사 달아난다고 해도
내일의 태양은 내 그림자를 더 뚜렷이 해 그 누구도 나를
숨겨주지 못할 것이다
아, 어리석은 나의 마음이여 더 이상 입을 열지 마라
폭염 속에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니
한파 속에 내 잠자리는 한 줄기의 햇살도 허락받지 못할 것이니
두 다리가 부어 발이 터지고, 그렇게 남긴 핏자국으로 내 노역을
증명할 것이니
내 불멸은 이 형벌과 같이 끝이 없을 것이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내 허락도 없이
이 무자비한 발톱 앞에 나를 세우게 하셨나이까
이제 내 두 눈이 나를 깨우고 세상을 깨우고
내 두 귀는 아주 작은 울음소리까지 낚아챕니다
아, 거부할 수 없도다
그대들이 지어 준 그 이름을
아, 외면할 수 없도다
저 깊고 맑은 눈동자와 작은 몸짓을
그렇게 내 시간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흐르겠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작은 울림조차 일으킬 수 없으니
탈출은 더 없을 것이며 서서히 익숙해져 난 이 감옥에 갇힌 사실을
망각할 것이다. 내가 바라니, 원하니, 내 손으로 직접 문을 열어 줄 것이니
어서 이 고통을 꾸짖어 달콤함으로 바꿔 참된 기쁨을 알게 하소서
저 그루밍에 내 불경한 육체가 씻기고
저 식빵에 내 가족과 이웃들이 따뜻해지니
그래, 운명이여, 숙명이여, 현실이여
이제야 난 내 진짜 이름을 찾았고 그렇게 불릴 것이다
기뻐하라 내 미래여
반성하라 내 과거여
움직여라 내 현재여
오, 신이시여 잔인하고 장난기 가득한 신이시여
이 고양이 털로 내 작은 영혼을 감싸 안식을 얻었으니
부디 외면하지 마시고 이 혜택을 거두지 않기를 청하옵니다
마르지 않는 황금을 내 두 손에 올려 주시고
내 손으로 선악과를 만질 때마다 황금열매가 열리게 하소서
그 황금을 참치로 바꿔 더 많은 배를 채우게 할 테니
그 어떤 비바람도, 기약 없는 가뭄에도
당신의 말씀으로 되돌아가게 하소서
꺾이게 할 수 없음을 만 천하에 널리 알리게 하소서
이제, 내 어둠을 받아들여 두 눈이 멀어도 찾아갈 수 있으니
한 방울의 눈물자국도 저 하늘에 남기지 않을 것이니
야옹, 야옹, 야옹
아가야, 숨지 말고 어서 나와라
네 어미와 같은 젖은 아니지만 충분히 따뜻할 것이니
내 비린 피와 살로 너의 배를 채우거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나의,
천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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