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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커져라 마루빵

 

겨울이 오기 전에, 한파가 오기 전에

난 우리 마루와 함께 빵을 만들 것이다

 

영업비밀이라 핵심재료가 어떤 것이지 말해줄 수 없지만

정성스레 만들었으니 믿고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 

 

마루가 시키는 대로 먼저 오븐을 켜고 온도를 맞추고

숙성기 바닥에 있는 물의 양도 확인한다

 

어제 준비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 반죽기에 넣어준다

따뜻한 물로 버터를 녹이고 우유와 계란도 함께 넣고 

녹색버튼을 누르면 힘들게 꾹꾹이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늘 양이 엄청 많다옹, 여기는 동화책 속이 아니다옹

   

반죽 덩어리는 엄마 등에 붙은 아이처럼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난 조심스레 달래며 베이커리 박스에 넣고 1차 숙성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그냥 서 있으면 마루에게 혼나니 다시,

재료를 반죽기에 넣고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오늘의 목표량은 마루가 정한다

온도와 습도를 다시 확인하라고 하면 

난 이상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이 빵은 굉장히 까다로운 녀석이기에 양과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옹

 

그렇게 다시 반죽을 하고 모양을 잡고

숙성기에 넣고 다음 반죽을 치대고 공기를 빼고 모양을 잡는다 

모든 작업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저녁에 글을 쓸 수 있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긴장한 녀석들은 부풀어 있는 상태다  

이 동글동글한 녀석들에게 난 잠깐의 시간을 줄 것이다 

잘 구워지라고 부탁하며 준비한 계란물을 빨리, 하지만

상냥하게 발라 줄 것이다

 

이제 빵 굽는 냄새가 은근히 퍼지면

마루가 시식을 하고 난 받아쓰기 채점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불안함과 기대감으로 두 눈이 커질 것이다 

 

다행히 마루가 별 다른 말없이 종을 치면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모일 것이다

내가 예뻐하는 길냥이들도 와서 빵을 받아가겠지만

특별히 하나 더 주지는 못 한다 

 

그렇게 저 하늘에 계신 전지전능한 분에게도 드리면

모든 작업이 끝나고 뒷정리만 남게 된다  

  

난, 내 고양이의 이름을 이 빵에 붙일 것이다

마루는 오글거린다며 싫어하겠지만

어차피 펜은 내 손에 있다

 

그렇게 가장 소중하고 따뜻한,

 

너의 마음을 담아,

 

마루빵

 

내 습작노트에 적을 것이다

 

 

 

커져라 마루빵

 

 

 

 

 

 

 

 

계량과 수량을 계산하는 제빵장묘 마루님

피곤하다냥~

 

처음에 단팥빵을 생각했는데 진빵이 눈에 들어와서 바꿨습니다

네, 찐빵이 오븐에 들어가는 일은 없죠 

나중에 고치겠습니다